대충 사는 사람이랑 결혼 했는데요

과거 한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 <대충 사는 사람이랑 결혼 했는데요>라는 제목으로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대학 때 남자친구는 자기계발에 목숨 건 사람이었으나 나이가 들다보니 서로 하고 싶은 것이 뚜렷해 부딪히는 경우가 많았고 결국 헤어지고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고 말했다.


현 남편은 노력파도 아니고 하루종일 티비만 보고 게임하고 딱히 책읽고 공부하는 것도 아닌데 '같이 사는 삶'을 처음으로 꿈꾸게 해준 사람이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시행착오가 많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글쓴이도 남편에게 배울 점이 있었다고 적었다.




대학 때 남자친구는 정말 자기계발에 목숨 건 사람이었어요. 온갖 공모전을 휩쓸고, 학점관리도 철저하고 운동도 헬스 수준이 아니라 익스트림 스포츠는 다 하고, 해외에서 살다와서 외국어도 유창하고 집도 적당히 안정적이고 취업도 당연히 제 두배는 더 받는 곳으로 골인했죠.


얘기하면 항상 하고 싶은 게 많은 사람이었고요. 바쁘게 사느라 만날 시간이 없어질까봐 저도 부지런히 같이 다니면서 그런 활동들에 맞췄는데 덕분에 온갖 방면을 공부하면서 매 시간 쪼개서 정신없이 살았어요. 그게 좋았고 실제로 성장한 것 같은 느낌도 있었구요.


근데 나이가 들다보니 서로 하고 싶은 게 뚜렷한 게 부딪히더군요. 둘다 각자의 꿈이 있고 노력도 하는데 거기에 '함께 있는 것'은 포함되지 않았죠. 그건 그 사람도 마찬가지였고 저도 그랬어요.


우리는 나 자신의 삶을 사랑했고 그런 내 삶을 빛내줄 사람을 만난거지 함께하는 삶을 꿈꾼 건 아니라는 걸 알고 헤어졌어요.



그리고 지금 남편을 만났는데요. 이 사람은 노력파는 아니에요. 학교도 적당히 해서 갔고 회사도 적당히 하다 왔고, 집에서도 종일 티비보고 게임하고(게임회사 직원이 게임을 이렇게 얘기하는 것도 뭐하지만 그냥 두고 다른 일보다 게임이 최우선이라...)


딱히 책읽고 공부하는 것도 아니고 상식도 부족하고 꿈도 없어요. 근데 '같이 사는 삶'을 처음으로 꿈꾸게 해준 사람이 이 사람이에요.


저희도 시행착오가 많았어요. 저는 주말에 빈둥대는 시간을 견딜 수가 없던 인간이라 툭하면 잔소리를 늘어놨고 남편한텐 그게 스트레스였겠죠. 


그렇지만 '대충 사는' 남편은 야망은 없는 대신 저에 대한 마음은 대충이 아니었는지, 늘 대화와 타협점을 어떻게든 찾고 싶어했어요. 대충 사는 사람에게 저는 피곤할 때도 있긴 하지만 자극제도 된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대충 사는 것 같던 이 사람의 장점도 발견했어요. 하고 싶은 게 많아서 이것저것 찔러보고 오래가지 않는 저 대신, 끈기있게 시작한 걸 계속하는 법을 가르쳐줬어요. 그 때 느낀 건 '대충 사는 것' 같던 그도 나름 노력하는 것이 있었고 그걸 발견해서 다행이었다는 점이었어요.


생각과 삶의 방식이 다른 건 때로는 갈등도 생기지만 그 갈등을 이겨내면 내 삶은 두 배 이상 풍요로워지더군요. 지금은 반씩 섞어놓은 생활을 하고 있어요. 저는 남편 덕분에 무계획의 빈둥대는 휴식시간이 그저 한심한 게 아니라 나름의 속도가 있는 소중한 시간이란 걸 잘 알게 됐고요.



남편은 제 영향도 크겠지만 전이라면 해볼 생각도 없는 것들을 도전하고 있어요. 강제가 아니라 자발적으로요. 사람이 온전히 변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받는 건 이런거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대충 사는 사람을 바꾸라는 얘기가 아니라요. 열심히 사는 사람도 그 사람이 꿈꾸는 삶에 함께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우선 순위인지 살펴보셨으면 해요. 경험상 이런 사람들은 자기 애가 높아서 우선 자기 삶이 최우선이거든요.


저도 아직 그렇고요. 나쁘다는 게 아니라 이런 사람이 같이 살면 한쪽은 그 '꿈'과 노력을 다른 한쪽을 위해 희생해야하는 경우가 종종 있더라구요. 그걸 받아줄 수 있는지, 혹은 그걸 받아줄 사람을 찾는지 생각해보셔도 좋지 않을까요?


저도 인생 이제 시작이지만... 배우자는 정말 부모이상으로 중요한 존재 같아요.

부디 좋은 선택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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