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우울증인지 아님 제가 유난인건지 모르겠어요...


안녕하세요. 임신 말기로 접어든 20대 후반 여성입니다.

 

저는 임신 초기에 극심한 입덧으로 일을 그만두고 전업주부가 되었어요남편은 직업군인이고 아침 7시에 출근해서 빠르면 6시 늦으면 9시에 퇴근합니다결혼한지는 1년이 좀 덜 됐습니다.

 

집이 넓지 않아서 그냥 하루종일 청소기 돌리고 빨래하고 설거지하고 지냈어요제가 남편 따라서 타지로 온거라 친구들도 주변에 없고 지리도 잘 몰라요.


그러다보니 제 유일한 친구는 남편이고 근처 지리도 잘 모르니 남편 없이는 어디 나가기가 그렇더라구요남편이 당직을 서거나 길게 동원 훈련을 가는 경우에는 하루종일 아무 말도 안하고 지냈어요.


그러다 보니 너무 외롭고 남편만 목 빠지게 기다리는 제 자신이 너무 초라하고 한심하게 느껴졌어요.

신체적 변화도 많았고 하루종일 롤러코스터 같은 제 감정도 저를 너무 힘들게 합니다.


혹시나 이런 내가 남편에게 부담되고 남편이 절 싫어하게 될까봐 너무 두렵고 그러다가 이혼하자는 말이 나올까봐.. 일도 안하고 집에만 있으면서 몸이 안 좋은 날은 집안일도 못한 제 자신에게 저는 식충이라고 생각이 들고 그런 제가 너무 한심하고 싫다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남편도 최선을 다해서 저를 위해 노력하는 걸 알아요. 이유 없이 짜증나고 서운하다는 저를 위로해주려하고 이해해주려는 남편인 걸 알아요. 제가 우울하고 외롭고 그런 감정을 너무 잘 알고 답답하고 외롭고 서운한마음에 엉엉 울면서 어딘가 털어놓고 싶지만 이런 이야기를 친정이나 친구들에게 못 하겠어요.


남편이 저에게 못해주는게 아닌데 혹시라도 남편을 안 좋게 볼까봐요..

 

처음에는 무기력함과 졸음 그리고 입덧 때문에 뱃 속의 아가가 너무 밉고 남편도 미웠어요그리고 입덧이 끝나고 불러오는 배와 가슴과 허벅지 종아리까지 튼살 자국이 남은 제 모습 살 찌고 머리는 푸석하고 피부는 칙칙해지는 에일리언 같은 제 모습이 너무 싫어서 거울보기도 싫고 사진 찍기도 싫었어요.


샤워하거나 옷을 갈아입을 때는 제 모습이 보기 싫었고 남편에게 보여주기도 싫었어요. 그런데 막상 다른 사람들 만나면 또 재밌게 잘 놀다가도 집에만 오면 그 텅 빈 집에만 오면 너무 외로워요.


한달 전부터는 사정상 출산 후에도 주말에만 남편을 만날 수 있는데 코로나까지 겹쳐서 남편도 2-3주에 한번 만날까 말까해요. 카톡하는 시간도 그리 길지 않고 남편이 취침하기 전에 잠깐 통화하는 거 말고는 목소리 들을 시간이 없어요..


게다가, 요새는 일주일에 한번 꼴로 말다툼이 있고 오랜만에 만났는데 점점 살쪄가는 제 모습을 싫어할까봐 그래서 저를 사랑하는 마음이 생기지 않을까봐 너무 무섭고 걱정돼요.

 

남편은 절 너무 사랑한다고 그런 생각하지 말라며 제가 제일 이쁘다고 하는데 저와 달리 사회생활하면서 멋있게 근무하는 남편을 볼때마다 상대적으로 제가 너무 초라해져요.

 

어느 날은 혼자서 창문 밖을 바라보는데 문득 죽으면.. 이런 우울한 생각도 외로움도 없을 텐데 그럼 너무 편할텐데.. 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다가 뱃 속에서 태동하는 아가때문에 번쩍 정신을 차렸어요.

 

내가 미친건가.. 이렇게 이쁜 아이가 내 배에 있는데 이런 미친 생각을 한건가.. 제 자신이 너무 한심하고 애기한테 너무 미안했어요. 


그리고 엉엉 배를 잡고 울었어요.  

이런 일을 몇 번이고 반복했어요.

 

새벽 내내 잠이 오지 않아 잠을 못 자고 시도때도 없이 움직이는 아가때문에 너무 힘들고 다리랑 손목 발목이 너무 아파서 끙끙거리고 혼자 숨어 울고 안그래도 훈련받는 남편한테 힘들다 외롭다 말하기도 이제 너무 미안해요.

 

요새는 계속 불안해요. 이렇게 외롭다고 힘들다고 몸이 아프다고 하는 제가 부담되고 질려서 남편이 나를 사랑하지 않을까봐 저를 떠난다고 할까봐 바람을 필까봐 너무 걱정되면서도 겁나요.

 

글 쓰면서도 너무 우울한 마음에 뒤죽박죽이에요. 

우울하고 울고 싶지 않아요.


아가를 정말 사랑해서 이런 나약한 엄마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이게 우울증인건지 아니면 임산부들이 흔히 겪는 일인데 제가 유난인건지 모르겠어요우울함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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