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키운 걸 후회하고 있어요..

만약 누군가가 개를 키워볼까 한다면 난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며 말릴 것이다. 잘 못 키울 것 같아서도 반대하고 잘 키울 것 같아서도 반대한다.


나는 중학교 때 3개월 된 믹스견을 분양 받았다. 어미개를 애견카페에 데려갔다 사고로 생겼다던 새끼 강아지는 인형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귀여웠다. 강아지를 좋아했고 너무 키우고 싶었던 나는 부모님의 반대를 무릎쓰고 데려왔다.


그때는 한 생명을 책임진다는 거싱 얼마나 큰 일인지, 얼마나 많은 희생이 따르는 일인지 알지 못했다. 알았다면 나는 그 끔찍한 일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중학교 때는 강아지를 그저 움직이는 인형 정도로 생각했던 것 같다. 너무 귀여운데 움직이기까지 하다니 게다가 날 쫓아다니고 내 말에 반응까지 하다니 그저 신기하고 재밌는 일이었다.


하지만, 벌써 15년이 흘렀고 귀여운 아기 강아지는 죽을 날이 가까워온 노인 개가 되었다. 그 사이 난 너무 철이 들었고 너무 정이 들었다. 강아지가 아니라 내 동생이 되었고 날 따르는 애완견이 아니라 함께 늙어가는 반려견이 되었다.


그리고 그 개가 나보다 먼저 죽을 것이란 사실을 난 왜 몰랐을까? 

알았다면 데려오지 않았을텐데...


밥을 거부할 때마다 속이 타들어간다. 온갖 맛있는 간식을 들이밀어도 고개를 돌린다. 화도 내보고 구슬려도 보지만 요지부동이다.


화가나서 "그래 먹지말고 죽어라 죽어!"하고 엉덩이를 찰싹 때렸다 이내 마음 아파 한참을 안고 엉덩이를 문지른 것도 일상이 됐다.


개는 몸을 둥글게 말고 자는 날이 많아졌다. 개의 죽음을 생각할 때마다 심장이 미어지고 폭포수처럼 눈물이 쏟아진다. 난 아직 누군가의 죽음을 경험해 본 적이 없다.


떨어져 있으면 괜찮을까?


삼십분만 나가도 문앞에서 꼼짝 않고 기다린단다. 엄마·아빠가 불러도 쳐다도 안보고 내가 나간 문앞에서 내가 오기만 기다린단다. 기다리는 마음은 오죽할까 싶어 나가지도 못한다.


천근만근 무거운 몸인데도 내가 이동할 때마다 내 꽁무니만 쫒는다. 방에서 나와 거실에서 털썩. 화장실 앞에서 부엌까지 털썩.


괜히 키웠다.

괜히 정줬다.


하루라도 안보면 보고싶어 죽겠는데 이 작은 생명체가 죽으면 그 고통을 난 이겨낼 수 있을까. 너는 가버리면 그만이지만 니가 떠난 빈자리를 난 감당할 수 있을까.


오늘도 난 후회한다.

너를 만난 것을.


나는 개를 키운 것을 후회한다.


그리드형

댓글

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