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긴글주의) 대나무숲 레전드 이별.. 너와 헤어졌다..

너와 헤어졌다


이별을 고하기 위해 만난 날, 나는 너를 보자마자 눈물이 치밀어올랐다너는 평소와 다를 바 없이 나를 대했다배고프지는 않냐며, 시험공부는 잘하다 왔냐며나도 평소처럼 너를 대하려했다


알바는 잘 다녀왔냐며, 속썩이는 일은 없었냐며이별로 가는 길에 있었던 그 수많은 싸움에서 너가 너무 미웠는데 너를 보니 아니더라, 너는 여전히 눈부시게 아름다운 내 사람이었다.


카페로 들어가 음료를 주문하는데 너가 내겠다며 나를 가로막았다항상 더치페이를 하거나, 주머니 사정이 조금 더 나은 내가 내곤 했었는데나에게 커피를 사주는 너를 보니 오늘은 정말 마지막이겠구나 생각했다.


서로를 마주보고 앉았는데, 너가 내게 선물을 건넸다얼마 전 있었던 기념일 선물이 택배가 늦었다며

매몰차게 거절하고 싶었는데 안되더라너가 이걸 살 때 행복해했을 것이라 생각하니까 내 잘못만 생각나고너는 평소 같이 앞으로 어떻게 살지 계획을 조잘조잘 이야기했다.


마치 이제 너를 보지 않을 것이라서, 나는 이렇게 살 건데 너도 잘 살아가라는 듯나는 아니었다. 방학에 너와 경춘선을 타고 춘천에 가려고 했고, 내 생일날에는 무엇을 하고 놀아볼까 그 생각뿐이었다이야기가 끝났을 때 나는 너를 붙잡으려고 말을 꺼냈다.


그때 참았던 눈물이 쏟아졌다. 우리가 그렇게 많이 싸웠던 것, 우리가 서로 많이 달랐던 것, 그래도 너가 좋아서 너를 다시 잡아보겠다는 것, 다시 한번 내가 너와 함께 노력해보겠다는 것. 쏟아지는 눈물 때문에 한 마디 제대로 뱉지도 못하는 나에게 너는 아무런 말도 없었다.


내 이야기가 끝나자 너는 너와 내가 달라서 많이 아팠던 것, 이제는 그 감정에 휩싸여 너를 전처럼 사랑할 수 없다는 것, 헤어져서 힘들겠지만 그건 내가 알아서 할 것이라며 나를 다시 밀어냈다. 그때 네 눈에 비쳤던 약간의 물기는 내 착각이었을 것이다.


신기하게도너가 그렇게 이야기하자 더 이상 너를 잡지 않아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나 때문에 힘들었다면 보내주는 것이 맞다며, 이렇게까지 노력했는데 안 된다면 너의 마음이 완전히 돌아선 거라며 나도 이별을 받아들였다.


별 시덥잖은 이야기와 그동안 고마웠다, 행복했다는 이야기를 끝으로 우리는 카페를 나섰다. 너는 나를 역으로 데려다줬고, 가는 길에 나는 너에게 앞으로 건강히 지내라며, 나한테 쓰느라 버렸던 돈으로 다시 행복하게 살라며예전처럼 잔소리를 주절주절 뱉어댔다.


웃기다는 표정을 지으며 너와 나는 역에 도착했다.


그래도 마지막이 어색했는지 먼저 갈지 내가 가는 모습을 기다려줄지 어정쩡 있었던 너를 나는 꼭 안았다. 그리고 사랑했어. 라고 속삭였다. 너는 그런 오글거리는 소리 좀 집어치라며 호호 웃었다. 그렇게 너를 웃으며 보내주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시덥잖은 내 개그에도 많이 웃었던 너니까.


너와 헤어지고 다시 내 삶으로 돌아온 나는 아직도 하루에 몇 번이고 네 카톡프로필을 들여다본다. 혹시 너가 볼까봐 내 프로필을 약간 바꿔보기도 한다. 길을 가면서도, 공부를 하면서도, 밥을 먹으면서도 너와 나는 왜 헤어졌을까를 고민하기도 한다. 너와 함께 돌아다녔던 길에서는 네가 불쑥 등장해서 나를 부르고 도망가기도 한다.


사실 너를 다시 붙잡아볼까 고민도 많이 하고 있다. 너의 프로필에 떠있는 곡의 의미를 곱씹으며 아직 나에게 마음이 남아있다고 생각을 하며, 잡으면 잡을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우스운 생각을 혼자 하다가 치워버리곤 한다.


나 때문에 힘들었던 너가 나를 겨우겨우 버려가고 있을 텐데, 고양이 한 마리만 봐도 너무 귀엽다며 하루종일 그 이야기만 하는 정많은 너가 그렇게 괴로워하며 노력할 텐데, 나는 그 이별에 발을 맞춰주는 게 너에 대한 마지막 예의다.


오늘 과외를 하는데 학생이 선생님 폰케이스가 이쁘다며 수업하기 싫어서 딴소리를 늘어놓더라. 그 폰케이스는 너의 마지막 선물이었지. 네 생각을 참아보려 참아보려 과외를 하고 있던 내게 학생 녀석은 참 해맑았다.


언제나 그래왔듯 너는 내 삶의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언제 그랬냐는 듯 새로운 사람을 만나 너에게 그랬듯 사랑한다고 이야기하고 다니겠지. 너에게도 내가 좋은 추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이렇게라도 좀 적어보면 소용돌이치는 내 마음이 가라앉을까 글을 썼다. 너도 가끔 대숲을 보니까 혹시 알지도 모른다. 과분한 사랑과 행복, 이별의 품격까지 보여주었던 너에게 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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