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정류장 구석에서 호떡 먹고 있던 아빠와 마주친 썰..


엊그제에 학교끝나고 친구랑 집가려고 버스정류장가는데 멀리서 보니까 정류장구석에서 누가 호떡을 먹고있는거야.

 

내 친구가 갑자기 야 저사람 뭔가 안쓰럽다” 이러길래 내가 시력이 안좋아서 왜?이러면서 눈 가늘게뜨고 보니까, 우리아빠인거야..



버스정류장 구석에 서서 한손엔 오뎅 국물 들고 안에 설탕 같은거 다 흘리면서 종이컵 안에담긴 호떡을 먹고있는데 근데 내가 정말 불효녀인건 그와중에 아빠한테 아는척 할까 말까 고민한거..

 

안그래도 친구가 아까 저사람 안쓰럽다 이랬는데 그것땜에 더 신경쓰였던거같음. 그래도 딸인데 길에서 아빠보고 모른척하면 안되잖어..

 

내가 머뭇거리면서 ..아빠!” 이랬어

그런데..아빠는 완전 웃으면서 나한테 오더니 춥지? 이러면서 나한테 오천원쥐어주더라.. 

친구랑 호떡이랑 오뎅사먹으라고내가 괜찮다고했는데도 끝까지 쥐어주더라..

 

그리고 아빠가 아빠 마을버스타고 갈게~ 친구랑 사먹고 집와이러면서 마을 버스 타고 차안에서 나한테 웃으면서 손흔드는데 막 눈물이 나오려고하는거야.

 

옆에 친구가있어서 울지도 못하고 손에 쥐어준 꾸깃꾸깃한 오천원 한참 쳐다봤어. 친구가 아까 그런말해서 민망했는지 "아빠되게 자상하시다" 이러는데 괜히 아무렇지 않은척 웃으면서 "그치ㅋㅋ 호떡먹자. 아빠가 너 사주래" 이러면서 



내돈으로 호떡사주고 차마 그 오천원은 쓸수가 없더라 아까 아빠지갑을 봤는데 만원짜리 두장 남아있었어. 기분이 너무 이상한거야 먹먹하고, 우리집 사정이 안좋아서 그나마 있던 차도 팔아버리고 아빠 대중교통이용하고..

 

아빠가 학생때 사고가 나서 키가 160이야 그게다가 허리도 안좋아서 수술해서… 아빠는 나 먹여살리려고 새벽같이 나가서 뼈빠지게 일해서 돈벌어오는데 


난 정말 철없게 

아빠 나도 나이키 패딩사줘 내친구들샀는데 따뜻하데 

아빠 나도 뉴발런 운동화사줘 요새 유행이래

노스페이스 가방사줘 친구들 다 가지고있는데 난 가방 구려

 

아빠가 조언 같은거 해주려고 하면 아빠가 뭘아냐고 무시하고, 집에있는데도 아빠 퇴근하시고 오면 아빠왔냐고 얘기조차 안하고, 어디갔다오면 나왔어 이런말 한마디하지않고 방문닫고 들어가고,

 

주말이면 놀러가고, 놀러갔다가 영화라도 보면 아빠한테 영화 얘기해주는데 아빠가 나도 보고싶네이럴때마다 보면되지! 아빠도 친구랑 보러가” 이렇게 말했고 정작 같이보자는 말은 안했고 생각해보니까... 


아빠 학생때 꿈이 영화감독이었는데 얼마나 보고싶겠어.. 

혼자보는건 누구나 싫어하는데 아빤 오죽했을까..




어느 날 아빠가 내가 학교갔다왔는데 혼자 아바타 보고 오셨다고 말하시더라. 아빠가 영화 극장에서 진짜 오랜만에 보는데 요샌 3d영화도 나오더라 신기해” 이러면서 아이처럼 영화내용 얘기해주는데 나는 아빤 티비도 안보고사냐고 무시하고

 

친구들이랑 애슐리나 빕스같은곳가서 혼자 맛있는거 먹고오고 아빠는 항상 집에서 혼자 라면같은거 드시거나 남은 밥에 반찬이랑 국 대충 이렇게 먹는데 난 그렇게 식사 혼자하시는 아빠를 보고도 무심하게 지나쳐서 방에 들어와서 컴퓨터하고..

 

안그래도 엄마랑 이혼하셔서 줄곧 혼자셨는데 그나마 의지하는 딸이 이렇게 싸가지가없으니… 친구보내고 혼자집걸어가는데 꾸깃꾸깃한 오천원보면서 혼자 펑펑울면서 집갔다. 안그래도 엄마랑 이혼하셔서 혼자인데 얼마나 외로우셨을까..

 

나는 정말 불효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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