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종일 아내가 주문한 택배가 오네요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에 "하루종일 아내가 주문한 택배가 오네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의 제목을 보면 '부부간의 갈등'에 관련된 내용일 것만 같았지만, 글을 쭉 읽어보면 감동이 밀려오는 글이었다.


이 글이 공개되자 수많은 누리꾼들은 응원과 함께 감동 받았다며 좋은 일들이 가득하길 바란다는 메세지도 남겼다.



30대 가장입니다


둘 다 개천에서 난 용들이라 가진거 없이 결혼했지만 남들 부럽지 않은 수입으로 살아가니 살다보면 숨통트이는 날 오겠지 했습니다


원룸에서 시작한 결혼생활이였지만 그렇게 행복할수가 없었지요 내가 바라는 모든 것들을 가진 여자였고 정말 많이 사랑하니까요.


예정보다 아이가 조금 일찍 찾아온게 문제였을까요.


모아둔 것 얼마 없이 아이가 생겼지만 그래도 벌이가 나쁘지 않으니까 저흰 괜찮을 줄 알았습니다.


원룸에서 아이를 맞이할 수 없으니 무리해서 대출을 내 아파트로 이사했습니다.


아내는 직장 특성상 임신출산과 병행할 수 없는 직종인지라 권고사직 비슷하게 퇴사했고 졸지에 외벌이로 수입이 반토막이 됐지만 아이가 돌이 되면 바로 구직을 하기로 합의해서 괜찮을 줄 알았습니다.


아이가 돌이 됐는데... 어린이집을 갔는데 가자마자 입원 퇴원 입원 퇴원 결국 아내는 일을 구할 수 없었고,


아이는 30개월이 된 지금도 집에 있습니다. 입원생활이 너무 끔찍했어서 아내가 조금 더 아이를 봐줬으면 합니다.


아내도 경력단절을 많이 두려워하고 있지만 동의했고 그렇게 제 외벌이 생활이 자꾸 길어지고 빚은 산더미처럼 불어나고 있네요.


아내는 아픈곳도 자꾸 많아집니다.


아이 보는게 힘들어요. 제가 봐도 너무 힘이들어서 퇴근하고 하루종일 아이에게 시달려 거뭇한 얼굴로 맞이하는 아내가 늘 안쓰럽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권장휴가가 나온 김에 아내 건강검진을 보내고 아이와 둘이 시간을 보내게 됐는데, 정말 택배가 하루종일 오더라구요.


그냥 집앞에 놔달라하고 쌓고 쌓다 쓰레기버리러 나가려니 문이 안열릴정도로 택배가 쌓여있는 걸 보고 좀 기가 질려있었는데 정리할 겸 하나하나 까보니 죄다 생필품.. 아이꺼.. 제꺼.. 샴푸 쌀 생수 물티슈 아이바디워시로션 아이칫솔 세제 공기청정기필터 헤어에센스(제꺼) 수리보낸 아이장난감 비염 심한 저와 아이를 위한 약초 기타등등.. 아내를 위한건 단 하나도 없이... 정리하다 정리하다 울컥했네요.


아내는 맘카페 핫딜방에서 하루종일 삽니다.


한푼이라도 아껴사려고 애를 쓰고 가끔은 밤도 샙니다. 저게 뭐하는 짓인가 싶을때도 많았는데 오늘 택배를 까보니 숨이 턱 막힙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삶을 유지하는데 이렇게 많은 것들이 필요하구나. 정작 아내가 원하는건 단 하나도 없었을텐데 아내는 이 많은 택배들을 받고 정리하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평범 그 이상으로 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살아보니 평범하게 사는게 제일 힘든거였네요 제가 너무 세상을 만만하게 생각했나봅니다.


집에 귀가한 아내에게 가끔은 옷도 사고 기분전환 좀 하고 오라고 얘기하지만 아내는 내가 사도 입고나갈데가 없다며 필요없다고만 하네요.


아이옷 제옷은 계절마다 사는 것 같은데 아내옷은 언제 마지막으로 샀는지 모르겠습니다. 전 못난 남편입니다.


피곤하다며 아이 재울 겸 잔다고 들어간 아내 생각을 곰곰히 하는데 못난 남자 만나 저 고운 사람이 고생하고 사는 것 같아 씁슬하네요.


왜 이렇게 사는게 팍팍한가요 저희만 이렇게 힘든가요? 아니면 다들 이렇게 힘들게 사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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