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언니에게 제 아이를 보여주고 싶지 않아요.


우선 제가 여기에 글을 쓴 이유는 저희 집안일이라 주변인들에게 고민을 털어놓기도 부끄러운 일이기도 해서 익명으로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최대한 잘 설명해보려고 했는데 횡설수설할지도 몰라요ㅠㅠㅠ죄송해요ㅠ)



저는 결혼 3년차 초보엄마입니다.
너무너무 사랑스러운 저희 딸은 이제 70일차 공주님이죠.ㅎㅎㅎ 아이를 낳아보니 정말 눈에 넣어도 안아플 것 같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이제야 알겠더라구요.

그리고 저에게는 7살 차이가 나는 언니가 한명 있습니다. 저는 언니와 사이가 매우 안좋습니다. 어린 시절에 언니가 저에게 가했던 언어폭력과 신체적폭력을 몇번 당하고 그 이후로는 인간으로 대하기 어렵더라구요.....


어느정도였나면 일반적인 자매들 다툼이 아닌...일방적으로 어린 제가 맞아서 뇌진탕+팔꿈치 골절+치아 2개 손실..... 병원신세를 져야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래서 1년동안 문자 1개 주고 받은게 전부이고, 제가 결혼 3년차인데 저희 신혼집에 온적조차 한번도 없습니다. 사실 '언니'라고 부르기조차 싫어서 호칭도 생략합니다...ㅜ 어차피 언니도 저를 무시하는 편이라 지금껏 이렇게 서로 무시하며 잘 살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아이를 낳고 나서 갑자기 저에게 친한척을 하고, 저희 집에 와서 아이를 보고싶다고 연락하고, 말도 없이 집에 선물을 보냅니다.



또한 17살때부터 담배를 피고 있단 걸 알고있습니다. 그런 사람이 담배 핀 손으로 제 아기를 만지는 것이 소름끼치게 싫습니다. 저희 남편도 시부모님들도 전부 비흡자라서 주변에 흡연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더욱 싫습니다.


또 제가 선물 보내준다고 하면 안받을 거 다 알고, 일부러 말도 안하고 엄마한테 주소 알아내서 택배로 선물이랍시고 필요도 없는 물건 보내는 것도 싫구요.

마지막으로 앞서 말한 폭력들이 아무리 10년도 넘은 지난 일이었다고는 하지만 저에겐 어린시절의 트리우마로 남을 정도로 큰상처로 남아있는 일입니다. 


10년이 넘도로 그때에 대한 사과조차 받지도 못했고, 오래전에 사과 한번 받아보려고 먼저 손 내밀었는데 "꼴값 떠네"라는 말만 듣고 일말의 정나미까지 모조리 사라졌습니다.

그런 사람이 이제와서 자기가 아기를 좋아하고, 본인도 조카가 생겨서 좋다, 구경하고 싶다는 이유로 이렇게 갑자기 친한척을 한다는게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제가 너무 나쁜가요?ㅠㅠㅠㅠ

이번주 주말에 아기보러 집에 놀러오겠다는데, 이것도 일부러 제가 오지 말라고 할까봐 엄마랑 같이 오겠답니다......

아, 남편은 제가 이미 이야기를 해서 사이가 안좋은 이유도 알고 지금 이 상황도 모두 제 편에서 이해하고 저를 달래주고 있습니다.ㅠㅠㅠㅠ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어요..?ㅠㅠ
솔직한 의견은 좋지만 욕설이나 심한말은 자제해 주셨으면 해요ㅠㅠㅠ



+추가)

 

이렇게 많은 분들께서 제 이야기를 들어주시고 제 아픔에 공감해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정말 감사하고 전부 마음에 와닿는 말들이었습니다.


저는 이 아픈 이야기를 그동안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고 지금의 남편을 만나 마음을 열고 처음으로 이 무거운 이야기를 꺼낸 사람과 결혼을 한 것을 살면서 가장 잘한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먼저 모든 댓글에 저희 엄마에게 가장 큰 문제가 있다고 하시는데,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한편으로는 이제와서 그런게 다 무슨 소용이고 엄마에게는 본인의 딸이니 저래도 좋은가보네...싶기도 합니다.


그리고 댓글에서 많은 분들이 아이에게 해를 끼칠 것 같다고 염려하셨는데....전 바보같이 왜 그런 생각을 못했을까요...ㅠㅠㅠㅠㅠㅠ정말 무섭고 소름끼치는 일인데 만약 진짜 못이기는척 불렀다면...생각하기도 싫은 일이네요.....

 

택배로 온 물건들은 열어는 봤지만 사용하지 않고 택배상자 그대로 놔두었습니다. 물론 돌려보낼 생각으로요. 저에겐 정말 필요도 없고, 받으면 더 기분 나쁜 물건들이니까요.

 

당장 이 어린 아기를 데리고 밖을 나가기는 어려워서 일단은 오전에 엄마에게 먼저 오지마시라 연락을 드렸고, 이유를 물으니 차마 입이 안떨어지더라고요...... 


그래도 말씀드렸습니다. 예전 일이 자꾸만 떠올라서 엄마가 언니와 함께 오는 것은 안될 것 같으니 엄마도 오지마시라고요그 어떤 다른 말도 없이 "예전 일"이라고만 했는데 역시 바로 알아 들으시더군요.


전 언니가 사는 집 주소를 정확히 모르고 택배로 온 것도 다시 돌려보낼테니 엄마가 언니에게 전달하라고 제 할말만 하고 끊어버렸습니다...

 

후련할 줄 알았는데......더 답답했습니다....

내가 왜 이런식으로 사랑받지 못한 사람으로 살아야하나 싶어서요.......


남편은 출근하고 저 혼자 집에서 아이를 안고 한참을 울다가 많은 분들이 댓글을 남겨주셨기에 후기를 남겨야 할 것 같아서 이렇게 몇글자 적어봅니다.

 

댓글에 저처럼 비슷한 상처가 있으신 분들이 많으시던데, 그분들도 그동안 너무 힘드셨죠ㅠㅠㅠ

그냥 위로하는 말보다 본인과 같은 상처를 가진 사람이 건네는 말이 때로는 더 위로가 되는 것도 있죠.



여러분 말처럼 이제 제 아이를 지킬 수 있는 사람은 저밖에 없고, 전 저희 엄마처럼 방관자는 되고 싶지 않습니다그래서 이사도 진지하게 고민해보려고 합니다당장은 인연을 끊는다는게 어려운 일이겠지만 무엇보다 제 아이를 위해서라면 해야겠죠.

 

여러분들 말씀 하나하나 다 너무 위로가 되네요.

정말 다시 한번 감사드리고,

이런 화가 나는 글을 읽으셨지만오늘 하루는 기분 좋은 일이 많은 날이 되길 바랍니다. :)


그리드형

댓글

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